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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날짜 : 09.07.?? ~ 09.08.05

  상록수는 중학교 때 방학숙제 독후감을 내기 위해서 샀던 책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60쪽도 채 못 읽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채 다 못 읽었던 책들을 읽으려고 했었다. 이 계획에서 처음으로 선택된 책이 바로 상록수이다.
  이 책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난다.
  《"영신은 창문을 말끔히 열어젖혔다.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칠판을 떼어 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창 앞 턱에다가 버티어 놓고 아래와 같이 커다랗게 썼다.
  "누구든지 학교로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든지 한다."
  나무에 오르고 담장에 매어달린 아이들은 일제히 입을 열어 목구멍이 찢어져라고 그 독본의 구절을 바라다보고 읽는다. 바락바락 지르는 그 소리는 글을 외는 것이 아니라 어찌 들으면 누구에게 발악을 하는 것같다.》

  상록수는 1930년대에 쓰여진 책이다. 일제가 전쟁으로 인해 수탈정책을 피우던 시기이고, 신간회가 해체된 시기 이후에 쓰여진 책이다.
  어려운 상황이 닥칠수록 사람의 정신력을 극과 극으로 치닫는다. 현실에 순응하거나, 현실에 맞서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래서 친일파가 생겼고, 애국지사들이 생긴것이다(물론 애국지사들도 일부는 나중에 돌아섰지만).

  상록수는 채영신과 박동혁의 첫 만남부터 시작한다. 처음 만남부터 둘은 서로 심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남의 정을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채영신은 청석골에서 박동혁은 한곡리에서 흔히 말하는 농촌계몽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사상의 뒷배경은 달랐지만, 그 뜻은 같았다. 채영신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했고, 박동혁은 맥도날드라는 사람의 말('익숙한 선장은 폭풍우를 만나면, 억지로 풍력에 저항하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미리 절망을 해서 배가 풍파에 뒤집히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항상 굳은 자신과 성산(成算)을 가지고, 최후의 순간까지 온갖 지혜와 능력을 다해서 살아 나아갈길을 열려고 노력한다') 과 카알라일이란 사람의 말('아무리 약한 사람이라도 그 전력을 단 한가지 목적에 기울여 쏟을 것 같으면, 반드시 성취할 수가 있다')을 인생철학과 신앙으로서 가지고 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바는 같았다. 농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록수에 대해서 여러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소싯적 읽어보았다고 하더라도,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끝으로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과 왜 기억에 남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왜 제목이 상록수인지 개인적인 의견을 간단히 덧붙이고 끝맺는다.


1. 영신과 동혁, 그리고 백현경, 이 세 사람이 한자리를 같이 했을 때 동혁이 한 말이다.

 《 "취미요? 시골 경치에 취미를 붙인다는 것과 농민들과 똑같은 생활을 해 가면서 우리의 감각까지 그네들과 같아진다는 것과는 딴판이 아닐는지요? 값비싼 향수나 장미꽃의 향기를 맡아 오던 후각(嗅覺)이, 거름구덩이 속에서 두엄 썩는 냄새가 밥잦히는 냄새처럼 구수하게 맡아지게까지 돼야만, 비로소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생길 줄 알아요. 농촌 운동자라는 간판을 내걸은 사람의 말과 생활이, 이다지 동떨어져서야 되겠습니까?"
하고나서, 동혁은 제가 한 말이 좀 과격한 듯해서,

  "반드시 백선생더러만 들으시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하지만 농촌 운동일수록 무엇보다 실천이 제일일 줄 알아요. 피리를 부는 사람 따로있고, 춤을 추는 사람이 따로 있던 시대는 벌써 지났으니까요. 우리는 피리를 불면서 동시에 춤을 추어야 합니다. 요령을 말씀하면, 우리는 남의 등 뒤에서 숨어서 명령하는 상관이 되지말고 앞장을 서서 제가 내린 명령에 누구보다 먼저 복종을 하는 병정이 돼야만 우리의 운동이 성공하겠단 말씀입니다."》

 * 이 내용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지도하는 곳의 실상을 모르고 지도하는 우스운 현실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그 당시로서는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2. 동혁이 진흥회 회관 낙성식에서 한 말이다.

  《"여러분! 여러분 이 말 한마디만 머리속에 깊이 새겨 두십시오. '여러 사람들이 한맘 한뜻으로 그 힘을 한곳에 모이기만하면, 어떠한 일이든지 이루어질 수가 있다'는 것을……우리는 여름내 땀을 흘린 그 값으로 이 신념 하나를 얻었습니다. 처음으로 귀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보다 더 많은 사람이 똑같은 목적으로 모여서, 꾸준히 힘을 써 나간다면, 이보다 더 어려운 일도 성공할 수가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여러분과 함께 믿고자 하는 바입니다."》

*  우리가 왜 하나로 모여서 한 뜻을 위해 힘써야 하는지 알 수 깄게 해주는 대목이다. 6월 항쟁 역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서 뜻을 합쳤더니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이렇듯 우리도 한 뜻을 가지고 모여서 일해야 하겠다.

3. 영신이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 동혁과 한 말이다.

  《"권세에 아첨을 하다 못해 무릎을 꿇고, 물질과 타협을 하다 못해 돈 있는 놈의 주구(走狗)가 되는, 그런 놈들 앞에 내 머리를 숙이란 말씀요? 그따위 교회에 다니다간 정말 지옥엘 가게요!"
하고 마룻바닥에다 헛침을 탁 뱉았다. 그러나 영신은,

  "교회 속은 누구버덤두 직접 관계를 해 온 내가 속속들이 잘 알아요. 아무튼 루터 같은 분이 나와서 큰 혁명을 일으키기 전엔 조선의 예수교회도 이대로 가다간 멸망을 당하고 말 거예요."
하고 저 역시 분개하기를 마지않다가,

  "나는 그리스도가 인류를 위해서 십자가에 피를 흘리신 그 정열과, 희생적인 봉사의 정열을 숭앙하고 본받으려는 것뿐이니까요. 그 점만은 충분히 이해해 주셔야 해요."》

* 아마 지금 기독교에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4. 영신이 죽고 난 후 영신의 무덤 옆에서 동혁의 생각이다.

  《'오직 먹기를 위해서, 씨를 퍼뜨리기 위해서, 땀을 흘리고 피를 흘리고 서로 쥐어뜯고 싸우고 잡아 먹지를 못해서 앙앙거리고 발버둥질을 치다가, 끝판에는 한 삼태기의 흙은 뒤집어 쓰는 것이 인생의 본연한 자태일까?'》

*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가 죽고, 인생의 의미마져 흔들려버린 사람의 나약함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우리네의 삶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전혀 틀린말은 아닐것이다.


5. 영신이 죽은 후 원재네 집에서 잘 때 동혁이 떠올렸던, 청석학원 낙성식 때 영신이 써 붙였던 슬로건이다.

  《과거를 돌아다보고 슬퍼하지 말라.
     그 시절은 결단코 돌아오지 아니할지니,
     오직 현재를 의지하라. 그리하여 억세게, 사내답게 미래를 맞으라!》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현재에 최선을 다하여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일줄 안다.

6. 동혁과 만난 건배가 한 말이다.

  《"월급푼에 목을 매다느니보다는 정든 내 고장에서 동네 사람이나 아이들의 종노릇을 하는 게 얼마나 맘 편하고 사는 보람이 있다는 걸 이제야 절실히 깨달았네."》

* 결국은 자신의 체질에 맞고, 보람이 있고, 기쁨이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을 통해 작가는 귀향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 왜 「상록수」인가?

  박동혁과 채영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이루어야 할 바를 잊거나 버리지 않고 나아갔다. 주변 사람들이 변질해도,  그 사람들을 보고 실망을 하여도, 자신들은 변질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둘은 계몽운동 뿐 아니라 서로의 사랑에서도 끝까지 변질하지 않았다.

  마치 상록수 처럼...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상록수 그늘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었다.》

  그러한 영신의 정신은 영신이 죽기 직전에 동혁에게 남긴 말에서 드러난다.

《"동혁 씨, 난 먼첨 가요. 한곡리하고 합병도 못해보고……그렇지만 난 행복해요. 등 뒤가 든든해요. 깨끗한 당신의 사랑만은 영원히 변하지를 않을 테니까요. 그러고 끝까지 꿋꿋하게 싸우며 나가실 걸 믿으니까요……"
하고 나서, 숨을 가쁘게 들이쉬고 나더니,

  "동혁 씨, 조금도 슬퍼하진 마세요. 당신 같으신 남자는 어떤 경우에든지 남에게 눈물을 보여선 못 씁니다."》


  동혁의 정신은 영신이 죽고 그의 무덤에서 생각한 말에서 드러난다.

  《'일을 하자! 이 영신이와 같이 죽는날까지 일을 하자! 인생의 고독과 고민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 사랑하던 사람의 사업을 뒤를 이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울어 주고 설워해 주는 것보다 내가 청석골로 와서 자기가 끼친 사업을 계속해 준다면, 그의 혼백이라도 오죽이나 기뻐할까. 든든히 여길까. 일에 바쁜 꿀벌은 슬퍼한 겨를도 없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이 둘의 정신에 감동하고, 또한 이 둘의 슬픈 사랑이야기에 오늘 한번쯤은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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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 by 筆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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